펜션소개   객실보기   실시간예약   예약안내   주변여행지   오시는길   커뮤니티  
 
 
포토갤러리
커뮤니티 > 포토갤러리
포토갤러리

Back
이용후기 롤토토
작성일 :  2023-12-03 04:12
이름 : 김사랑
폰트확대 폰트축소

평화로워야 할 초등학교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운동장 한복판에서부터 시작된 거대한 불길이 무서운 속도로 영역을 늘려가고 있었다.

하필이면 등교 시간에 발생한 사건이었던지라 대피시켜야 할 아이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덕분에 에스퍼들은 평소보다 골머리를 썩을 수밖에 없었다. 탱탱볼처럼 사방으로 튀어 나가는 저학년 아이들을 대피시키는 것만 해도 정신이 없어 죽을 지경이었으니까.

난무하는 고성 사이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함께 울려 퍼졌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학부모들도 합세해 상황은 더 어지러워지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한 아이가 떨어진 가방을 줍기 위해 운동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금방 주워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아이의 뜀박질은 느려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이의 부모로 추정되는 남자가 ‘서윤아! 서윤아!’ 하며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안타깝게도 아이에게는 가닿지 않았다.

“서윤아! 누가, 누가 우리 애 좀 잡아 주세요! 서윤아……! 서윤아, 이리 와……!”

난데없이 나타난 정체불명의 화염 덩어리가 초등학교를 공포에 밀어 넣고 있었다. 불꽃은 운동장 전체를 감싸 안은 채였다.

학교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는 창문 밖으로 목을 내민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촬영을 하고 있었다. 아이의 부모가 제발 도와 달라며 고함을 질렀으나 다른 비명들에 묻혀 에스퍼들 또한 알아듣지 못했다.

힘겨루기를 하듯, 고이재는 주변의 매질을 없애 화염의 영역을 줄이느라 생고생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조금만 삐끗해도 순식간에 불길이 번져, 인파가 밀집된 아파트 단지까지 집어삼키고 말 것이다.

에스퍼들한테도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 불이라면 민간인들에게는 살상무기 그 자체였다.

‘이럴 때 도운이라도 있었으면…….’

고이재는 당치도 않은 생각을 하며 이를 사리물었다.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며 빌빌대는 것은 에스퍼로서의 도리에 맞지 않았다.

“매번 기댈 생각만 하면 안 되지. 나도 국가직인데.”

까득, 그의 잇몸을 타고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틀어막히는 강력한 이능이었다.

운동장의 거친 모래들이 불씨를 매단 채 흩뿌려지고 있었다. 아이들이 맞게 되면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것이 틀림없어, 백선우가 염동력으로 모래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하필 차해성이 다쳐 질 좋은 가이딩을 받지 못한 상태였던 탓에, 백선우는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어 환멸이 다 날 정도였다.

삐익! 때마침 전자시계가 기계음을 내뱉었다.

백선우가 흘긋 눈을 내려 스크린을 확인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윤민오의 위치가 사건 발생지를 향해 가까워지는 중이었다.

“윤민오 이 새끼, 호출 울린 지가 언제인데 이제야 도착하는 거야?”

도착 예정 시간은 3분 후.

그때까지만 버티면 천방지축 신입 에스퍼의 원심력으로 일망타진할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한시름 놓게 되었던 그때였다. 백선우는 파란 띠가 둘러진 체육복을 입은 한 아이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말았다. 아이는 뜨거운 불길이 무섭지도 않은지, 거침없이 달려오는 중이었다.

“…야, 고이재! 씨발, 이재야! 저기부터 막아!”

모래들을 막는 것만 해도 정신이 없어서 백선우는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이재는 불길 가까이 다가가 매질을 없애고 있는 상황인지라, 도움을 줄 여건이 되지 못했다.

백선우가 중얼거렸다.

“복귀하면 정신감응 좀 다시 쓰면 안 되겠냐고 건의해 봐야겠네, 씹. 상황 공유가 안 되니까 금방 처리할 수 있을 일을 질질 끌게 되고 있잖아!”

뮤온지대 수습부서는 델타 팀과 달리 정신감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에스퍼의 정신을 주무르며 작전하지는 않겠다는 구서현 나름의 의사 표명인 건 알지만, 더 많은 목숨을 구할 수만 있다면 백선우는 자신의 정신쯤이야 얼마든지 내어줄 수 있었다.

“침착해야 해. 민오 올 때까지는 커버쳐 봐야지.”

미간을 찌푸린 백선우가 이능의 범위를 쪼개 아이 쪽으로 집중했다.

하지만 아이를 제외하고서도 문제점들이 넘쳐나는 판국이었다.

모래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서 덜컹거리고 있는 저 축구 골대.

“아, 오늘따라 일진이 왜 이렇게 사나워!”

조만간 나가떨어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예상하고 있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못하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숫제 억울함까지 밀려들기 시작한 그때, 백선우는 짙은 낭패감을 경험하고 말았다.

고이재가 미처 잡아놓지 못한 빈틈을 뚫고서, 새빨간 불길이 꾸물꾸물 흘러나오고 있었다.

“애기야, 아오! 애기야! 너 계속 가다가 통닭구이 돼!”

백선우는 결국 자신이 직접 아이를 향해 뛰어가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크윽……!”

염동력의 영향을 받은 다리가 눈 깜짝할 새 달려가 아이의 작은 몸을 낚아챘다. 비록 그의 등은 불길에 그을리긴 했지만, 다행히 아이는 다친 곳 하나 없이 무사해 보였다.

“하아…….”

한숨 돌리며 부모에게 아이를 데려다주려던 순간이었다.

백선우는 뒤편에서 미친 듯한 열기를 느껴 휙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화마가 롤토토 삼킬 듯 넘실거리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아이를 제 품에 감추는 것과 동시였다.

쿵, 쿠구구구……!


댓글
짧은 답글일수록 더욱 신중하게, 서로에 대한 배려는 네티켓의 기본입니다.
  왼쪽 보안문자 입력
이름 :  
비밀번호 :  
글저장
달급달기 삭제 글수정 글목록

   Close